첫 사건은 그가 열여덟 살 때 지독한 수전노였던 아버지가 자신의 영지에서 농노들에게 의해 살해당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카르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그대로 그려져 있다.
두번째 사건은 그가 27살 때 페트라세프스키가 이끄는 비밀 모임에 참가했다는 죄명으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고, 처형 직전에 황제의 특사로 목숨을 구하고 8년 동안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된 것이었다. 이 무시무시한 사건은 짜르 니콜라이 1세가 당시 지식인들에게 ‘죽음의 순간에서 인간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위대한 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겠다는 가벼운 농담에 기초한 헤프닝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인간의 운명이 갑작스런 우연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욱 인간의 깊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성향은 그의 소설 <죄와 벌>에 ‘갑자기’라는 단어가 360번 이상 나타나는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죄수들 속에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견뎌야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경험으로 그는 인간의 죄와 벌에 대한 문제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는데, 이 사건은 그의 소설 <백치>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유형생활을 그린 <죽음의 집의 기록>이라는 작품도 있다.
세 번째, 그는 평생 간질병과 조울증 같은 정신병 질환에 시달렸다. 그의 간질병은 유전 성향이 있었던지 그의 둘째아들도 이 병으로 사망했고, 두 번째 결혼 첫날 밤 또 간질 발작으로 신부를 혼비백산하게 만들기도 했다.
네 번째, 그의 초상이 로또 복권에 그려질 만큼 그는 도박 중독자였다. 도박의 패를 읽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다 애인 수슬로바를 쫓아 프랑스로 갔을 때 초심자의 행운에 힘입어 큰 돈을 따자 기름에 불을 지른 것 같이 그의 도박은 습관이 되었다. 그가 도박빚에 쫓겨 한 달 안에 소설을 쓰지 않으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친구로부터 속기사를 소개 받고 완성한 소설이 <도박사>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 속기사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이 되었다. 그녀는 평생 그에게 도박을 끊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펜을 쥐게 만드는 유일한 동기가 도박빚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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