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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관념,가치관은 올바른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상기작품은 2016년 일본의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순수문학에 주어지는 권위있는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후루쿠라 게이코는 36살로 18년째 편의점인 스마일마트 히이로마치역전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 그녀는 다른 아이와 달리 평범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공원에 죽어 있는 새를 보고 연민을 느껴 땅에 묻기보다는 구워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학교에서 남자아이끼리 싸우고 있는데 말리기 위해 삽으로 남자아이의 머리를 친다든가 교실에서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여선생님을 진정시키기 위해 선생님의 스커트와 팬티를 끌어내리는 등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특이한 여자아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후 다른 사람 흉내를 내거나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여 평범함을 가장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대학교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깨달았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수 있어도,매뉴얼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인간이 될수있는지 몰라서 여전히 동일한 편의점에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우리들은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구하는데 반해 그녀는 반대로 그틀로 들어가야 자유로움을 느끼니 정말 특이하다.
어째든 그녀의 하루일상을 엿보면 오전8시 편의점 문을 열고 폐기처리해야할 빵과 샌드위치 그리고 물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은 편의점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저녁 역시 편의점 식품으로 식사한다. 아침식사후에는 일기정보를 바탕으로 잘팔릴 상품이 뭔지 생각하고 알바팀장 주재로 회의후 일을 한다. 그리고 가끔 고향친구를 만나는데, 그친구들에게는 지병이 좀 있고 몸이 약해서 아르바이트한다고 변명하고 있다(이것도 사실 그녀의 여동생이 궁리해준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이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물으면 답하기도 곤란해서 편의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관계없이 같은 제복을 걸치면 모두 '점원'이라는 균등한 존재이기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편의점에 35살의 신입 아르바이트생 시라하씨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는 출근도 늦고 일도 서툴고 농땡이 부리고, 자신이 하는일인데도 그 직업을 무시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근무하는 동료들을 모두 밑바닥 인생으로 매도한다. 그는 나중에 단골인 여자손님 스토커하다가 해고당한다.
그리고, 게이코는 친구 미호집에서 바베큐파티에 갔다가 친구들로부터 왜 결혼안하는가에 대한 추궁을 받으면서 자신이 마치 가게에서 쫓겨난 시라하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자신이 이물질이 된 것 같이 느껴져 정상세계에서 벗어난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을 처리하듯이 자신이 삭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의점 밖에서서 서성이던 시라하에게 같이 동거하자는 제의를 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여동생이나 친구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장동료조차 본인의 결혼에 관심을 표명하는등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동거남 시라하는 게이코가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정상적으로 취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녀는 그 계획에 따라 편의점을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며 취직을 준비한다. 마침내 면접하러갔다가 잠시 들른 다른 편의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편의점 알바처럼 행동하는 자신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시라하와 헤어지고 면접을 보지않고 다시 편의점인간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시라하가 한 다음 말이 우리나라 현재와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밖에 나가면 내인생은 강간당합니다. 남자라면 일을 하라,결혼을 해라,결혼을 했다면 돈을 벌어라,애를 낳아라,무리의 노예예요. 평생 일하라고 세상은 명령하죠."
작가는 편의점인간을 통해 게이코가 세상이 정한 기준(예를 들어 연애, 결혼, 취직)에 맞춰 자신도 변화하려고 시라하와 동거하며 알바를 그만두고 취직하려 했으나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에게 맞는 편의점인간으로 돌아감으로써 왜 결혼,연애,출산,직업이 없으면 보통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물질로 취급하여 처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생각에 대해서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道常無爲(도상무위) 而無不爲(이무불위)
도는 항상 무위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무위 : 어떤 이념이나 기준을 근거로 하여 행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위 : 특정한 기준이나 신념 혹은 가치관등의 지배하에 있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무소유(생각의 틀을 버리거나, 자기마음대로 어떤 형상을 지어서 그것을 정해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를 설명하는 예를들면, 다음과 같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버스를 타려고 죽어라 하고 뛰어갔더니 버스를 떠나버린다. 그러면, 좀더 빨리 나올걸'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 버스를 자기가 타야할 버스로 즉 정해진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말을 한다. 그 버스를 자기의 상황이나 자기에 맞게 해석해버리는 일 이것이 소유적이다. 따라서 자기의지의 개입없이 그냥 버스자체로 놔두고 받아들이는 일이 바로 무소유 존재적인 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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