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동양역사학의 시조로 궁형(죄인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이란 치욕스런 형벌을 당하면서 아버지 사마담에게 물려받은 사명 바로 역사서 '사기'의 완성을 위해서이다. 먼저 궁형을 당하게 된 이유는 당시 한나라 장군 이릉이 흉노에 투항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분노한 한무제가 그의 가족들을 몰살하려 했고 대신들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사마천 혼자 이릉을 변호하다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극형에 처해진 것이다. 사마천에게는 세개의 선택이 있는데, 50만전의 벌금을 내든지, 사형을 당하든지, 아니면 궁형을 받는 것이다. 결국 벌금 물돈이 모자라 궁형을 받은 것이다. 그의 나이 49세로 잘못하면 죽을수도 있는 궁형을 선택하여 치욕을 감수하고 피눈물로 써서 마침내에 역사에 남을 역사서를 편찬한 것이다. 사기는 황제의 역사를 다룬 <본기>12편, 주요사건의 연대를 다룬 <표> 10편, 당대의 풍속과 제도를 다룬 <서> 8편, 제후들의 일대기를 다루 <세가> 30편,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보통사람들에서부터 멀리 이민족의 역사를 다룬 <열전> 7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3000년의 역사를 통찰하고 있는 사기는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라고 보고 설명한 책이 한정주의 <사기인문학>이다. 이책에서 일부분인 성공과 실패의 법칙을 발췌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보통 실패의 원인을 능력부족에서 찾기 쉬우나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큰 실패를 경험한 사람중에 오히려 당대 최고의 영웅이나 천하를 호령했던 패자도 많다. 그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실패의 절대법칙은 지나친 자만심이다. 큰 실패는 무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이 겪게 되는데, 첫사례가 은나라의 폭군 주왕이다. 그는 스스로 천하에서 가장 지혜롭고 뛰어나다고 여겨 여론과 민심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주지육림(酒池肉林,술로 연못을 만들고 나무에 고기를 매달아 숲을 만든다뜻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런 주연을 비유)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충심으로 간언하는 신하는 죽이거나 내쫓고 그 주변에는 아첨하는 자만 남게되었다. 방탕하고 무도한 행위가 계속되자 크게 민심을 얻던 서백창(훗날의 문왕)을 계승한 무왕이 군대를 일으켜 녹야전투에서 70만 대군을 이끈 주왕을 물리친다. 주왕은 보옥으로 장식한 옷을 뒤집어쓴 채 불속에 뛰어들어 죽는다.또 한 사례는 명재상 관중의 보좌를 받아 패자가 된 제나라 환공이 있다. 현명한 신하 관중이 죽고 난후 기용하지 말라는 역아(요리의 달인으로 환공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삶아 바친 인물),개방(환공을 섬겨야 한다는 이유로 15년동안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은 인물),수도(환관으로 스스로 거세하며 충성한 인물)를 측근에 두어 제나라를 분열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된다, 환공이 죽자 제후의 자리를 두고 서로 공격하는 바람에 환공의 시신은 67일동안 방치되었고 결국 장례를 치루고 안장된것은 환공이 죽은지 10개월이나 지난 뒤일정도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 했다.
두번째, 성공의 법칙은 겸손과 경계의 덕목이다. 즉, 성공을 경계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이 사례의 대표적인 인물이 주공 단으로 형인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개국하는 공적을 세우고 무왕 사후 어린 조카 성왕을 도와 섭정을 하면서 주나라를 튼튼한 반석위에 올려놓은 사람이다. 그는 신분과 지위로 따지자면 문왕의 아들로 천자의 자리에 오르는데 명분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당시 태공망 여상을 제외하고 당대 누구도 대적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으며, 어진 성품으로 신하와 백성사이에 덕망이 매우 높아서 세조가 어린 조카단종을 쫓아내듯이 어린 성왕을 쫓아낼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번째, 승리하는 리더(유방)와 실패한 리더(항우)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1)항우는 자신이 지닌 걸출한 힘과 재주만 믿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기보다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편을 선호한 반면, 유방은 사람을 마음을 얻는 것외에 별다른 재주가 없기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어려운 일을 당했을때의 태도 즉 정치적 근성 또는 리더로서의 그릇의 차이에서 볼수 있는데, 항우는 무수한 승리가운데 한번의 위기의 순간 정치적 재기를 할수있는 방법을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반면, 유방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체면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치는 악착같은 근성을 발휘하여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된다.
3)유방이 함양함락후 약탈하지 않고 민심을 얻는데 주력한 반면, 항우는 진나라왕을 죽이고 궁실을 불태우고 진귀한 보물과 궁궐의 미녀를 약탈한다. 이처럼 유방은 항우와 달리 작은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천하의 인심을 얻는 거시적인 목표를 생각했다,
4)항우는 라이벌인 유방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범증이 깨우쳐줬음에도 성공에 도취되어 명망을 잃을 것이 두려워 망설인 반면 유방은 그 기회가 왔을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단을 내려 항우를 추격해 해하전투에서 초나라군대를 완전히 깨뜨린 후 오강 인근에서 항우를 죽이게 된다.
5)항우는 유방보다 훨씬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스스로 잘아지 못했던 반면, 유방은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서 다른 사람을 능숙하게 활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극복할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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