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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행복은 유전인가?

by 마크튭 2018.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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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유전이 인간의 행복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유전이 결코 행복을 운명짓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먼저, 유전이 인간의 행복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1996년 <심리과학>에 "행복은 우연적 현상이다"라는 제목의 논문(데이비드 리켄과 오크 텔리건,미네소타 대학 심리학자)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 논문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매우 어린시절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복간의 상관이 높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인구통계학적 변수들(개인의 나이,성별,교육수준,직업,연봉등)이 행복을 설명하는 힘이 약한 이유가 유전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검증한 것이기도 하다.그러나, 이 논문의 말미에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만큼 부질없다'고 해서 행복은 철저하게 유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오버한다. 물론 리켄은 자신의 오류를 시정하는 해명과 수정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논문의 마지막문장만 기억하면서 행복에 대한 과도한 유전자결정론을 신봉하고 있다. 그러면 유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큰 이유는 유전율과 변화가능성이라는 두가지 개념을 혼동하기 때문이다.유전율(heritability)이란 '어떤 특성에서 나타나는 개인들간의 차이가 그들의 유전적 차이에 의해서 설명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들면, 키가 작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키가 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보다 더 작은 이유가 유전적 차이때문이라고 말할때 쓰는 개념이 유전율인것이다. 한편, 변화가능성(modifiability)은 '한 개인의 특성이 변화할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들어 키작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자기부모의 키보다 클수도 있다고 말할때 쓰는 개념이 변화가능성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0년간의 평균 키 상승률을 조사한 통계에서 우리나라 여성은 세계 어느나라 여성보다도 평균키가 가장 많이 자랐고 우리나라 남성은 세번째로 키가 많이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키는 유전율이 높지만 변화가능성도 크다. 즉, 행복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이 행복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보다 높기는 어려울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행복수준 자체는 현재보다 높아질수있다. 변화가능성은 유전율과는 전혀관계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민자들을 분석해보면 삶의 질이 좋은 나라로의 이민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반면에 삶의 질이 좋지 않은 나라로의 이민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는 사회의 질이 유전의 힘을 이길수있기때문이다. 이처럼 유전자의 힘은 궤도가 정해진 기찻길이 아니다. 다른 유전자들 및 환경요인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바뀔수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인철교수의 굿라이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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