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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행복의 의미

by 마크튭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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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제시된 행복(幸福)의 첫번째 정의는 '복된 좋은 운수' 즉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다. 이 정의는 우연(幸)과 복(福)이라는 두가지 특성을 행복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가지는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마음상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상태를 가져오는 조건들의 특성에 관한 것임을 알수있다. 즉, 행복이라는 단어는 복이라고 부를수 있을정도로 특별한 일이 굳이 애쓰거나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일어나는 우연성을 말하고 있을뿐, 행복이라는 주관적 경험 자체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지 않다. 행복은 행복 경험자체보다는 행복의 조건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행복에 대한 많은 오해는 幸福이라는 한자에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행복의 정의는 우리나라만 이런것이 아니라 30개국가중 총24개국가의 사전에서 '운좋게 찾아오는 사건이나 조건'이라고 일차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연재해와 질병,그리고 권력자의 횡포를 미리 예측하고 통제할수 없었던 인간에게 행복이란 고통과 질병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우연히 예외적으로 찾아오는 자연의 축복과 건강, 그리고 권력자의 자애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단어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못하기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주관적일수밖에 없는 행복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르쳐주지 않는 행복경험의 실체는 두번째 정의가 힌트를 제공한다.
두번째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행복이란 자기삶에 대한 만족과 보람,그리고 흐뭇한 상태다.다수의 심리학자도 행복은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라는 정의를 사용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행복이란 단어는 유쾌함과 만족이라는 뜻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그래서 행복의 본질을 나타낼 쾌족(快足) 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는 '기본이 상쾌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심리상태를 지칭한다. 이 용어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유학가 주희가 엮은 '대학장구(大學章句)에 나오는 '성기의(誠基意) 무자기(毋自欺) 차지위자겸(此之謂自謙) 겸쾌족(謙快足)에서 나온 용어로 고전연구자인 박재희박사가 2012년에 쓴 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남의 시선과 기대에 연연하지 않고 내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는 삶의 자세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만족스럽다. 그 만족의 상태를 자겸이라고 한다. 겸은 만족스러운 것이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스러운 상태를 바로 쾌족이라 한다.' 이처럼 행복을 쾌족으로 이해하게 되면 행복한 감정이란 외따로 존재하는 개별적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기분 좋게하는 다양한 감정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미술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는 것,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는 것,지금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등이 모두 행복한 상태다. 그리고 쾌족으로 행복을 이해할때 얻게 되는 또 하나의 값진 깨달음은 행복이 철저하게 일상적이라는 깨달음이다. 예를들면 아이의 웃음소리, 여름밤의 치맥,시원한 산들바람,멋진 문장들, 보너스,모처럼의 낮잠,여행등 그 리스트에 끝이 없다. 
이제 행복의 개념이 쾌족으로 이해되었다면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당신은 무언가에 관심이 있는가?'라고 해석하여 답을 하면 된다. 즉 행복한 삶이란 가슴에 관심있는 것 하나쯤 담고 사는 삶이다. 반대로 행복하지 않는 상태는 관심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처럼 가벼우면서도 대가의 작품에 경험하는 영감과 경외감처럼 깊이가 있다. 행복은 고통의 완벽한 부재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려는 자세다. 

최인철교수의 '굿라이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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