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드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가 상기 작품을 쓰던 1865년은 가장 불행했던 시기로 그 전해인 1864년 4월 그의 아내 마리아 이사예바와 6월 그의 형 미하일이 세상을 떠나고 1865년 그가 발행하던 <세기>가 폐간되면서 거액의 부채와 악전고투하는 시기가 계속되자,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 독일 비스바덴에서 도박으로 마음의 고통을 달래보려고 했다. 그러나 거기서 그는 도박으로 돈을 몽땅 잃은 빈궁한 최악의 상태 와중에 출판사의 빗발치는 독촉속에 계속집필해 186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줄거리는 페테르부르크의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라스콜니코프는 비열하고 사악한 전당포 노파를 죽여 수천의 사람을 극빈에서 구해준다는 '초인사상'에 사로잡혀 이를 입증하기위해 도끼로 노파를 죽이고 우연히 범죄현장에 들른 노파의 여동생까지 살해한다. 그러나 살인후 고통과 고독과 부자유로 몸부림치다 우연히 알게된 매춘부 소냐에게 고백하게 되고 결국 경찰에 자수하여 8년형을 받고 시베리아 유형길에 오른다. 그는 시베리아에서 비로소 마음의 안식을 찾게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소설이 발표된 1860년대 러시아는 현대도시의 모든 고질적인 질병들(알코올중독,매춘,도시빈민,대기오염)이 등장하던 시기이다. 이 모든 사회적 이슈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돈의 부족이라고 작가는 본 것이다. 상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중에는 돈을 매개로 하여 여러 인물이 나온다.
먼저,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는 돈이 없어서 휴학하고 있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그러나 초인사상에 빠져 돈을 위해 해롭고 저열한 전당포 노파와 그의 여동생을 살해한다. 이는 실제로 돈을 매개로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 판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다보니, 소설제목의 '죄와 벌'중에서 죄는 무엇인지 알 것이고 벌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시베리아 8년 유형에 처한 것이 아니라 살해이후 부터 나타나는 관계의 단절로 인한 고통, 부자유와 아무도 사랑할수도 없고 기뻐할수도 없는 상태로 보인다. 이로인해 라스콜니코프는 나중에 자수하지만 진정으로 뉘우친 흔적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초인이 아닌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시베리아 유형중 어느날 강가를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소냐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대목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 조시마 장로의 설교중에서 '지옥이란 더이상 아무도 사랑할수없는 고통'라는 말을 떠오르는데, 처음으로 라스콜니코프는 소냐를 통해 지옥에서 벗어난 것이다.
두번째 인물은 창녀 소냐이다. 그녀는 술주정뱅이 아버지 마르멜라도프와 계모이며 폐병환자인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그녀의 어린 자식 3명의 생계를 위해 어쩔수없이 나선 것이다.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에 대해 자신에게 고백했을때 자수하라고 권고하고,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따라가 옥바라지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 '자기희생'이라는 단어로 요약할수있겠다. 비록 돈때문에 몸은 팔았지만 영혼은 팔지않은 것이다.
세번째인물은 라스콜니코프의 여동생인 두냐이다. 7등관 45세의 루쥔(두냐의 어머니보다 2살많다)과 결혼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오빠에게도 도움이 될것이고 자신의 집살림이나 개인적인 안락인 것이다. 이역시 돈때문에 자신의 몸을 파는 것과 다를게없다고 생각해서 오빠 라스콜니코프는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다행히도 루쥔의 비열한 행동으로 파혼되고 그녀는 오빠친구인 드미트리 프로코비치와 결혼한다.
네번째 인물은 표트르 페트로비치 루쥔으로 두냐가 과외교사로 있은 집의 여주인 마르파 페트로브나의 친척이다. 그는 구두쇠로 좀팽이인데다가 가난한 집의 괜찮은 규수를 돈으로 결혼하려는 의도를 가진자이다. 소문(두냐가 과외교사로 있는 집의 남자주인과 바람이 난 것으로 되어있다가 나중에 오해가 풀림) 이 있는 두냐를 구제해주고 있는 자신을 추켜세워 주기를 바라고 있고, 페테르부르크로 약혼녀와 장모를 부를때는 고작 트렁크만 실어주면서 대단한 것을 해준양 생각하고 있다. 더군다나 열차비용은 주지않아서 약혼녀와 장모가 3등열차를 타고오게하는 째째한 모습을 보면 민망할뿐이다. 그리고 아버지 장례식으로 정신이 없는 소냐를 도둑으로 몰려고 하는 모습에는 '이게 인간인가?'할정도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번째 인물은 아르카지 이바노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이다. 그는 두냐가 가정교사로 있는 집의 남자주인이며 싫다는 두냐를 계속해서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 5살연상인 아내와 만난것도 8년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도박빚진것을 갚아준게 계기가 되었다. 아내가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했지만 은연중에 남편이 독살한 것으로 나온다. 그는 어쩌면 여기 나온 인물중 가장 극악무도한 인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후반부에 나오는 소냐의 계모 장례식이나 계모의 어린 자식을 고아원에 위탁하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는 모습이나, 결혼하기로 되어있는 집에 가서 많은 돈을 뿌리는 것을 보면인간이란 정말 선과 악이 혼재하는 불완전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는 두냐를 쫓아서 왔으나, 그녀로부터 거절당한 뒤 권총으로 자살한다.
여러 인간의 군상의 모습을 묘사한 것을 보면 작가를 왜 인간의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어간 인간영혼의 선견자라고 부르는지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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