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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안톤 체호프의 산다는 것은

by 마크튭 2018.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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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의 삶의 양식을 따르라는 니체의 말이 생각나는 소설

체호프는 결핵을 앓는 몸으로 혼자 사할린 여행을 감행한 뒤 희곡 '벚꽃동산','바냐아저씨' 단편'귀여운 여인'등 말년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냈는데, '산다는 것은(원제:나의인생)'과 '결혼3년(원제:3년)'은 그 기간에 발표된 몇안되는 중편소설에 속한다.


먼저 '산다는 것은'을 이야기 하면, 귀족 청년 미사일 폴로즈네프가 육체노동으로 빵을 벌겠다는 인생관을 관철하기 위해 가문의 품위를 강조하고 엄하게 다그치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도장공 레지카의 조수가 된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귀족사회는 물론 자신이 발을 들어놓은 하류계층에게까지 조롱당하지만 노동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며 그세계에 안착한다.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보게 해준 아내 마리야 빅토로브나는 "인생의 모든 해악은 허무와 무위도식과 정신적 공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라든가 "돈많고 교육받은 사람들도 다른 모든이들처럼 일해야해요"라고 말하면서 그의 인생관에 동조하고 심지어 독려까지 했던 그녀가 시골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나고 유일하게 의지하던 누이 클레오파트라 알렉세예브나마저 사생아를 낳고 죽었을 때도 삶에 대한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편에서는 주인공 미사일에게 물질적인 의지처는 물론 정신적인 의지처의 역할까지 한 인물이 나오는데 그가 도장공 레지카이다. 레지카는 고된 노동과 빚에 파묻혀 살고 몸도 병약하지만 삶에 대한 낙천성과 건강한 의지를 잃지 않는 인물로 평소 "진딧물은 풀을 뜯어먹고, 녹은 철을 갉아먹고, 거짓은 마음을 병들게하지"라는 말을 버릇처럼 되뇌이면서 사회에 만연된 위선을 예리하게 비판한다. 사실 작가 역시 불혹에 이르도록 결혼도 못하고 가족의 생계에 매여 있어야 하지만 유머작가로서 강한 생활력을 발휘한 점에서 레지카는 체호프의 분신과 같은 인물이다.
이외에도 방앗간에서 일하는 스테판 페트로비치 말한 아내의 정의도 재미있다.""아내를 남편의 보조자라고 하죠. 왜 내개 보조자가 필요하죠?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하는데요. 아내란 이러쿵저러쿵 재잘대기보다는 다정하게 말할수 있는 상대라야해요.좋은 대화가 없는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결혼 3년'은 모스크바의 부유한 상인이며 엄격한 아버지밑에서 자란 라프쩨프는 왜소한 체격에 어둡고 소심한 청년으로 성장하여 당시 러시아 사회의 지배이념인 러시아정교에 회의를 품고 종교인과 부자들의 위선을 소리없이 증오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간다.그러던중 시골의사의 딸이자 생기발랄한 율리야 세르게예브나를 보자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희망이요,애착이요 환희라고 생각하여 오랫동안 가족간의 애정을 모르고 살아온 그가 정을 쏟아붓고 또 흠뻑 받아보고 싶은 순진한 욕망이었던 것이다. 반면, 율리아는 사실 아무런 애정없이 그저 친정아버지에게서 벗어나 화려한 도시생활을 해보겠다는 의도로 결혼하다보니 아무런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침울한 남편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남편의 친구 야르쩨프와 코스챠에게 속을 터놓으며 지내고 라프쩨프는 그녀가 사랑없이 오직 돈을 보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냉담한 그녀의 태도에 절망하여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으로 일관한다. 결혼 첫해를 그렇게 보내다가 율리아는 딸을 낳고 죽은 시누이 니나 표도로브나의 두조카(사샤,리다)를 키우면서 조금씩 성숙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2년이 지나면서 라프쩨프가에 불행이 닥쳐온다. 어린 딸아이는 병으로 죽고, 아버지는 눈이 멀고 형 표도르는 정신이상자가 된다. 겹겹이 불행을 당한 남편의 처지와 결혼전에 불태우던 풋풋한 그의 열정을 떠올린 율리아는 서서히 라프쩨프에 대한 애정을 싹틔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평행선을 긋던 3년간의 결혼생활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이고 그가 경멸하고 증오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속박이 되자 아내의 사랑고백에 여전히 권태를 느낄뿐 3년이 그랬던 것처럼 13년도 30년도 그렇게 평행선을 그으며 흘러갈 것이라고 되뇌인다. 


상기 두작품은 청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이 품은 이상으로 인해 사회에서 겪는 고통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한사람(미사일)은 자신이 속한 상류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관을 관철해낸다. 또 한사람(라프쩨프)는 결혼을 통해 꿈꾸던 인생을 실현하려하지만 오히려 고립된 삶속으로 빠져든다.  
두청년 모두 누구나 부러워하는 금수저로 인생에서도 금처럼 빛날줄 알았건만 나름의 고통와 번뇌가 있을줄 몰랐다. 그래도 미사일은 자신이 가진 금수저를 과감히 놓고 흙수저인생으로 뛰어들고 거기서 삶을 깨닫게 되는 반면, 라프쩨프는 자신이 증오하는 금수저(무위도식하고 위선적이고 부패한 귀족,부유층,종교인들)를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속박됨으로써 불행을 자초하는 길로 접어들며 '살다보면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체념한다.


니체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2가지 삶의 양식에 대해서 말한바 있다. 하나는 초인(위버멘쉬)이고 다른 하나는 최후의 인간이 있다. 이중 최후의 인간은 다른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평탄한 길을 가는것이라면 초인은 이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자기만의 가치를 갖고 사는 힘든 길을 가는 것이다. 당연히 초인을  지향해야하고 자기만의 개성이 아닌 대중적인 가치를 따르고 유행에 민감한 그냥 주어진 상태에 만족하는 삶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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