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자신에 대해 원래부터 결정되어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나를 본질적으로 구속하는 것은 없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책임짐으로써 자신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갈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샤르트르는 "인간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상기 작가의 에세이 역시 이런 맥락에서 책제목을 '게을러도 괜찮아'라고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내가 보기에 재미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로 한다. 먼저, 구데타마이다. 헬로키티를 만든 신리오의 캐릭터로 20-30대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캐릭터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항상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오려던 재채기도 귀찮다면서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잠 자는 것도 귀찮다고 한다(...) 다만 모기가 날아올 땐 빠르게 쫓아낸다. 리듬게임도 잘하는 편. 사실 의욕만 없어서 그렇지 하자면 뭐든 제대로 한다. 디자이너 Amy가 집에서 달걀밥을 먹다가 밥 위에 얹힌 계란의 모습이 마치 의욕 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을 것처럼 보인 데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로, 마치 영양소가 풍부한 계란과 같지만 현실이 어렵고 각박하여 그만큼 의욕과 의지가 바닥나있는 현 젊은이들의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 다름아닌 이 캐릭터이다
'내일부터 의욕을 갖자'는 좌우명을 가진 구데타마를 보며 작가는 우리에게 게으른 계란이 되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번째, 체념의 해석이다. 체념이라는 단어는 '살피다,진리,이치'의 뜻을 담은 한자 체(諦)와 마음을 뜻하는 한자 념(念)으로 구성된 단어로 본래의 뜻은 '이치나 도리를 깨닫는 마음', 희망을 버리고 단념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비워내고 평안을 갖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이루어지지 않을때 집착을 없애는 게 체념이라는 것이다.
세번째, 건어물녀이다. 이용어는 직장에서는 유능하고 세련된 여성이지만 퇴근하여 집에 오면 볼품없는 운동복 따위를 걸쳐 입고 편하게 행동하는 여성을 이르는 말. 일본 만화 <호타루의 빛>에서 유래한 것으로, 운동복 바람에 오징어 따위의 건어물을 씹으며 일상을 보낸다고 하여 유래된 말이다.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애가 강한 특성을 보인다.
네번째, 노력과 노오력의 차이다. 노력은 나를 위한 투자이지만 노오력(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하라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신조어)은 상대방이 부탁한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예를 들어 할일 다하고 있는데도 윗상사를 의식해서 일부러 야근하자는 상사의 지시하는 것이 노오력에 해당한다.
다섯번째, 케렌시아(Querencia(스페인어))이다.이용어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의미한다.원래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애정, 애착, 귀소 본능, 안식처’ 등을 뜻하는 말로, 투우(鬪牛) 경기에서는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이른다. 이는 경기장 안에 확실히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투우 경기 중에 소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은 곳으로, 투우사는 케렌시아 안에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투우장의 소가 케렌시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처럼, 현대인들도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케렌시아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용어로 카페, 퇴근길 버스의 맨 뒷자리, 해외여행, 음악회, 공연장 등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편, 집안이나 사무실에 자신만의 휴식처를 만드는 것도 일종의 케렌시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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