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인가 희생양인가?
넷플릭스 드라마 《그레이스》의 원작 소설로 작가는 2000년 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이다. 이소설은 1843년 캐나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미스터리 소설이자, 기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 그레이스 막스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한 욕망을 파헤치는 심리 소설이다. 억눌린 심리와 일그러진 성차별 문제를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오가며 그려낸 걸작이다.
당시 16세의 나이인 그레이스는 마굿간지기 제임스 맥더못와 공모하여 자신들을 해고하려했던 가정부 낸시 몽고메리를 도끼로 죽이고 주인 토머스 키니어를 총으로 살해한 범죄로 사형을 언도받아 제임스는 교수형되고 그레이스는 종신형을 선고받아 30년간 옥살이를 하다 사면되고 그후 그녀의 행적에 대해서 알려진바 없으나, 작가는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허구를 엮어 그레이스가 살아온 행적을 통해 그녀의 실체를 보여주려 한다.
소설은 그레이스가 수감된 지 16년 후의 이야기로, 정신과 의사 사이먼 조던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삶과 행적을 쫓는다. 살인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 중인 그레이스는 생생하고 비통한 목소리로 아일랜드에서 보낸 비참한 어린 시절과 캐나다로 이주한 후 하층 계급으로 살았던 삶 특히 아버지의 가정폭력까지 당하는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민을 느끼지 않을수없다. 그리고 궁핍한 생활고로 하녀로 일하게 된다. 그래도 처음으로 하녀로 간 집에서 하녀 메리 휘트니를 만나 좋은 친구가 되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메리 휘트니가 주인집아들(소설속에서 언급되는 그레이스의 말로 추정 )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그남자와 결혼은 커녕 돈 몇푼으로 관계를 단절하자 결국 불법낙태시술을 하게되고 그 후유증으로 죽게된다.
이런 하녀의 삶은 당시 세태인가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서도 본적이 있다. 잔느의 하녀 로잘리가 주인 줄리앙의 애를 가지자 돈을 주어 집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링컨대통령의 외할머니 루시 행크스(하녀) 역시 옥스포드대를 졸업한 젊은 농장주와 사귀다가 사생아 낸시 행크스(링컨의 어머니)를 낳은 실제의 사례도 있다.
그레이스는 친구를 잃는 아픔을 겪은 후 여러집에서 하녀생활하다가 토머스 키니어집에 오게된것이다. 정신의학 전문가 사이먼 조던 박사는 그레이스와 상담을 통해 그레이스가 더 이상 기억해 내지 못하는 지점까지 들여다보면서 그녀의 고용주였던 토머스 키니어와 하녀 낸시 몽고메리사이의 밀월 관계, 그리고 또 다른 동료 하인이었던 제임스 맥더못의 수상한 행동에 대해 알아 나간다.
이후 벌어지는 일은 앞서 얘기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면뒤 미국으로 건너가 제임스 월시(예전 토마스 키니어집에서 같이 일하던 하인)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소설을 다 읽었지만, 그레이스는 영악하고 잔인한 살인마일까? 아니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순결한 희생양일까? 잘모르겠다. 오히려, 그녀에 대해 추측하게 해 주는 온갖 단서가 나를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가슴 한구석에 칼로 베는듯한 아픔이 느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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