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덧없음 그리고 폴의 소심함을 보여주는 소설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의문형이 아니고 말줄임형인지 궁금함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상기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39세의 실내장식가인 폴은 이혼한 경력이 한번 있고 이후 한명의 남자와 사귀다 헤어지고 현재 6년째 사귀고 있는 40살의 로제가 있다. 소설에서는 그녀의 현상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남자에게 향해 있을뿐이다.' 즉 그녀는 자기자신 이외의 것, 자기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가 없이 오로지 일과 남친인 로제에 사로잡혀 자아를 잃어버린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25살의 젊고 잘생긴 수습변호사 시몽이 그녀앞에 나타나 연주회 초대 편지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내 잔잔한 연못에 자그마한 파문을 일으키는 돌멩이처럼 폴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폴은 자신에게 열정적이고 충실한 시몽을 마다하고 자신에게 불성실한 로제에게 되돌아간다는 간단한 줄거리이다. 어쩌면 폴은 익숙함에 안주하며 안도했을지 모른다. 근데, 독자인 나는 폴의 행동에 의문인 생긴다. 사랑이 영원하다고 할 수 없으나, 인간관계에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그관계가 지속될텐데, 로제처럼 폴과 사귀면서 몰래 딴 여자와 사귀는 이중적인 플레이하는 사이라면 언젠가 헤어질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14살 연하인 시몽과 열정적 인 사랑을 해도 언젠가 그 또한 로제처럼 폴이 아닌 다른 젊은 여자에 눈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속에 자신이 익숙한 로제가 그래도 편안하지 않을까하는 사랑의 덧없음을 생각하면 그러한 현실에 슬픔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책제목을 의문형이 아닌 말줄임형으로 쓴 이유는 내생각이지만 다음 두가지가 아닐까 한다.
첫번째, 자신보다 14살 연상인 스승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평생 마음에 품은 요하네스 브람스를 시몽 자신에 빗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저를 좋아하세요?'라는 물음이며 이에 폴은 '아직 모르겠어요. 아니, 저는 여전히 로제를 좋아해요'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말줄임형으로 끝난것이다.
두번째, 프랑스에서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달리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보니 연주회 초대시 반드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는 자기자신 이외의 것에 관심있으신가요? 물은 것이고 이에 폴은 '글쎄요. 저는 익숙한 것이 저에게 편해요.'라는 뜻에서 말줄임형 한것으로 보인다.
폴의 선택을 보면서 불현듯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길'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숲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내게 누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과연 윗 시구처럼 ' 예, 좋아요'라고 쉽게 답할수 있을까?
비록 짧은 소설이지만 제목에 대한 강한 인상이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작가가 24세에 이룬것이라니 놀랍다.
작가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로본대(지금의 파리대)를 중퇴했으며 19세 쓴 '슬픔이여,안녕'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대에 2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자동차 속도광으로 인해 교통사고, 이로인한 고통때문에 모르핀중독, 도박중독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특히 1995년 코카인소지혐의로 체포되었을 때,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않는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자신을 변호했으며 이후 두차례 기소에서 모두 선고유예처분을 받았다. 2004년 심장 및 폐질환으로 죽었다고 한다.
소설중에 인상에 남는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식당에서 점심먹으면서 시몽이 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행복해야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고독형을 선고합니다.'
로제가 일때문에 릴에 가야해서(사실은 메지와 주말보내기 위해 거짓말한 것임) 주말에 남친없이 홀로 지내게 된 폴의 생각중에 나온 표현 '시간이란 마치 길들여야 할 한마리 나태한 짐승같지 않은가' 이 시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작가를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강의 대표작으로 사랑에 대해서 다시한번 되새겨주는 소설이며 사랑의 권태기가 왔을때 스스로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자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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